가슴달린 남자, 불타는 청춘 박선영 남장연기

요즘엔 ‘불타는 청춘’, ‘골때녀’ 예능프로 출연자로 많이 알려져 있는 배우 박선영. 알고보면 1990년 데뷔한 베테랑 중견배우입니다. 1992년 mbc 21기 탤런트 출신으로 드라마 ‘아들과 딸’에 출연. 김희애를 좋아하는 동성애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한 바 있죠. 

여리여리 청순가련한 여배우들과 차별화되는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중성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박선영. 그녀의 리즈시절 정점에 있는 작품이 바로 영화 ‘가슴달린 남자’입니다.

박선영은 이 작품에서 전무후무한 역대급 남장연기를 선보이는데요. 상대 배역은 최민수. 유능하고 실력있는 인재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없었던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회사에 위장취업한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입니다.

위화감 없는 남장연기, <가슴달린 남자>


가슴달린 남자, 불타는 청춘 박선영 남장연기

제목: 가슴 달린 남자 (The Man With Breasts)

개봉일: 1993년 9월 25일

감독: 신승수

주연: 박선영, 최민수

조연: 임채원, 남궁원, 양택조, 윤희정

장르: 코미디, 로맨스

상영시간: 110분

흥행: 서울관객 기준 128,334명

영화 가슴달린 남자 줄거리

(약간의 내용누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능력있는 여사원 혜선(박선영).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때문에 혜선에게는 실력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회사내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커피심부름, 복사심부름 같은 것들 뿐.

그러던 어느날, 직장상사 김 과장은 혜선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회의실에서 발표하고, 이사는 아이디어가 신박하다며 구체적인 기획안을 작성해서 올리라고 하죠.

베낀 아이디어에서 대책이란게 있을 리 없었던 김 과장. “이번 일은 미스김이 하면 안되겠냐”며 슬쩍 발을 빼보지만, 이사는 일개 여사원에게 어떻게 맡기냐며 격분합니다. 이 모습을 기가 찬 표정으로 바라보던 혜선에게 던지는 이사의 한 마디.

“이거봐!, 커피나 좀 가져와”

 
일 잘 하는데 왜 커피심부름만 시키냐고!

혜선: “제 이름은 이거봐가 아니에요. 저는 72대 1의 경쟁을 뚫고 이 대성물산 무역부 국제 영업과에서 일하는 김혜선입니다. 전 여기 있는 어느누구보다도 업무에 대해선 자신있어요. 왜 제 의견이나 업무에 대해서 인정하려 들지 않고 무시하는 거죠? 제가 여자이기 때문인가요? 제가 여자이고 당신들은 남자이기 때문인가요?”

혜선은 속에 있던 감정을 격하게 토해낸 뒤, 직장 상사들에게 커피를 집어던집니다. 이후 여사원들의 환호와 박수를 한 몸에 받으며 회사를 박차고 나옵니다.

추천글 :   영화 언니가 간다, 고소영 조안

자신의 실력을 펼칠수 없는 이유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혜선. 남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가슴에 붕대를 감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신분증을 위조해 대기업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합니다. 이름도 혜선에서 혜석으로 바꿉니다. (신분증 위조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영화니까 그냥 넘어가는 걸로.)

회사에 입사한 혜석은 이후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며 승승장구, 회장의 깊은 신임을 받는 특급인재로 성장합니다.  최형준(최민수)과 함께 중요한 프로젝트까지 맡게 되죠.




사랑에 빠지는 훈남들(?).

함께 동거동락하며 차츰 친해지는 형준과 혜석.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오묘한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남자의 모습을 하고있지만 마음만은 여자인 혜석은 형준에게 점점 사랑을 느끼게 되고, 형준 역시 여성스럽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혜석을 좋아하게 되요.

“진짜 내가 견딜 수 없는 이유 하나 대줘? 나 요즘 머리가 정상이 아닌것 같애! 이상하게 같은 남자인 자네를 보면서.. 나 아주 묘한 감정이 솟구친단말야. 나 어떡하면 돼, 이거. 나 견딜수 없다고”

열심히 일만 해도 성공할까말까인데, 사적인 감정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두 사람.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

역대급 남장연기, 박선영

 
여사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혜석

자신의 꿈을 위해 남장도 불사하는 혜선 역을 맡은 박선영. 원래부터 보이시한 이미지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예 대놓고 남장까지 하니 비주얼 자체는 역대최강입니다. 사실 남장연기라는게 아무리 실감나게 분장을 해도 딱보면 여자같아서 크게 몰입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박선영은 달랐습니다.

목소리가 하이톤인 부분은 살짝 아쉽지만, 압도적인 비주얼로 다 커버 가능한 수준. 다른 건 몰라도 목소리는 쉽게 바꾸기 어렵긴 하죠. 



남매에서 연인으로 다시 만난 최민수, 임채원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남매 사이로 나왔던 최민수, 임채원(개명전 임경옥). 2년후 영화 <가슴달린 남자>에서는 연인 사이로 다시 만났습니다. 최민수가 능력있는 회사원 형준 역으로, 임채원은 철없는 부잣집 딸 미란 역으로 등장하는데요. 

최민수는 같은 남자(사실은 남장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힘들어하는 형준 역할을 잘 소화했습니다. 요즘에는 진지하고 근엄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밝고 유쾌한 역할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추천글 :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후기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영화 가슴달린 남자



촌스럽고 유치한 성차별은 이제 그만.

옛날 영화인지라 지금 보면 살짝 유치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보이긴 하는데요. 전체적으로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남자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롭고, 결말도 깔끔하구요. 90년대 영화치고는 음악도 세련된 편. 

직장내 성차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여자는 이래서 안돼”,”여자가 뭘 할 수 있겠어?” 같은 비하 표현은 물론이고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을 겪는 사례는 많습니다. 

물론 남자도 예외는 아니죠.  “남자가 그것도 못하나?”,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야?” 등등.. 세상이 바뀌고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어도 여전히 회사내 성차별 문제는 해결이 잘 안되는 거 같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있긴 하지만, 위반시 처벌도 약한 편이고, 아직까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꼰대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소재의 영화가 더 이상 안나올 수 있도록 세상이 좀 더 유연해지고 젠더 대결 양상이 아닌 함께 하는 동반자 개념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싶네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