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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떠나보내며..

· 댓글 4 · 제나

얼마전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평소 부친상이라는 단어는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고령의 연세에도 항상 정정하셨고 매일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시길래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흘러가는 세월앞에 장사없고 노인분들의 경우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오죽하면 '대문 앞이 저승'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아빠는 100살까지 사실꺼라는 나의 오만한 희망사항은 그렇게 빗나갔다.

떨어져 지내는데다 사회적 이슈까지 겹쳐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신거라 임종도 보지 못한게 마음이 아프다. 

 

가부장제 아버지의 전형이었던 아빠. 

어릴때는 그런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저 무섭고 피하고싶은 존재일 뿐. 애틋한 부정을 느끼며 자란 적은 없었다. 

 

그러다, 직장에서 은퇴 후 나이를 잡수시고 점점 부드러워지셨지. 그 뒤로 알콩달콩 재미있게 잘 지냈는데.. 이제야 좀 아빠가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이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고, 시간이 지나 조금씩 덤덤해질때쯤..

언젠가는 엄마와도 이렇게 이별하게 될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좋다 이쁘다 서로 아껴주기만 해도 짧고 유한한 인생.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거창한 효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엄마와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낼 생각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정답이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고 평온해지고 있다. 

그래도 가끔씩은 속에서 뜨거운게 울컥하며 올라오기도 한다.

 

오늘도 담담히 하루를 잘 보내다 유튜브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곡에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아무것도 미안해 하지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나는 괜찮아 그래도 사는 동안
함께 나눈 추억이 있잖아
다행이야 감사할께

하루만 오늘 더 하루만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게 줘 

안 돼 지금은 이대로 떠나는 널 
그냥 볼 수는 없어 

차라리 나 기다리라 말을 해
영원토록 바라볼 수 있도록

녹색지대-준비없는 이별- 중에서 

 

앞으로 이런 순간이 수시로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남은 사람은 살아내야 한다. 

 

애써 마음을 속일 생각도 없고 피할 생각도 없다. 

슬퍼지면 슬퍼할거고, 보고 싶어지면 그리워할거다.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힘내서 잘 살아갈거다. 

 

아빠.

난 잘 살테니까 내 걱정 말고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지내.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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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연세에도 지병없이 정정하게 지내시다 가신것 같네요
코로나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임종도 지키지 못해
더 마음이 아프고 좌절감도 드실거에요
한동안 문득 문득 생각나고
아빠한테 잘못한 부분이 더 많이 생각나겠지만
아빠는 딸이 아파하는 모습은 원하지 않으실거에요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으로
아빠를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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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정정하셨는데, 엄마 말로는 마지막 가시는 길은 조금 힘들게 가셨다고 해요.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ㅠ

아이리스님 말씀처럼 한동안 계속 생각나고 많이 힘들었어요. 잘해드린 기억보다는 속썩였던 기억들만 자꾸 생각나고.. 다들 마찬가지 마음인거 같아요. 그대로 조금씩 마음을 추스리면서 잘 이겨내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좋았던 추억들로 아버지를 기억할려구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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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빠는 5대 중반에 중풍으로 쓰려지셔서
근 20년간 돌아가실 때 까지 엄마속을 썩이셨어요
워낙 완고하신 분이라 몸이 아파도 집에서는 왕처럼 군림하고
반찬도 한번 상에 놓은건 또 안드시고
김치도 익으면 안드시고..ㅠ.ㅠ
지팡이 집고 다니시라 해도 노인네 같다며 싫다고 그냥 걸어다니시다
툭하면 밖에서 쓰러지셔서 응급실 신세를 지시고...
풍걸리신분이 쓰러지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져
크게 다치게 되거든요
아무리 사랑받고 이쁨 받는 딸이었다해도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실감나더라구요
아빠한테 싫은소리도 많이하고 미워하기까지 했었거든요
그래서 가시고 나자 더 많이 아파하고 후회를 했었지요
울 아빠도 꽃피는 봄날 가셨는데 좋은날 좋은데 가셨구나
그곳에서는 아파하지 말고 좋아하는 꽃구경 실컷 하세요~
하는 마음으로 매년봄을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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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이면 젊은 연세신데 그때부터 중풍으로 쓰러지셨다니.. ㅠㅠ 어머니가 마음고생, 몸고생이 많이 심하셨겠네요.
옛날 아버지들은 왜그렇게 고집이 있으셨는지, 제 아빠도 고집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지라.. 돌아가시기 얼마 전엔 엄마를 많이 힘들게 하셨거든요. ㅠㅠ 옆에서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을 약간만 새겨들을법도 한데 그게 잘 안되나 봐요.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 정말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죠. 너무 힘들고 지치면 말도 곱게 안나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그런 시간들을 갖게 되는거 같아요. 떠나고 나서야 후회하고...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ㅠㅠ 그렇게 생각해봐야 때는 이미 늦고..

이런 후회 다시 하지 않도록 남은 가족들끼리라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아이리스님 아버님처럼 제 아빠도 따뜻한 봄날에 가셔서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되네요. 저도 아이리스님과 같은 마음으로 매년 봄을 맞이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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