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1위를 가뿐하게 찍으며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가 있습니다.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지옥’이라는 작품입니다. 유아인, 김현주라는 든든한 투톱에 제가 최애하는 배우 박정민까지.. 배우진 면면도 화려하구요. 즐거운 마음으로 시즌 1 정주행을 마쳤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출연해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심판한다는 내용. 내용이 살짝 암울하고 세계관이 기괴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6부작 밖에 안되고, 앞부분 건너뛰기 등을 이용하면 5시간 정도만에 정주행을 마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늘어진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없이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시즌 1에서 풀리지 않은 떡밥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시즌2가 너무 기다려지네요.
궁금증만 남기고 떠난 넷플릭스 지옥 시즌1
넷플릭스 ‘지옥’ 시즌1 내용, 결말
[경고*내용 누출(스포일러)이 있습니다. 아직 시청 전이라면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느닷없이 등장해 “너는 몇 날 몇 시에 죽고 지옥에 간다.”라는 메세지를 전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천사’라고 부릅니다.
아무튼 천사의 악담은 현실이 되고, 지정된 날짜와 시간이 되면 고릴라와 킹콩을 닮은 사자 3명이 등장. 지옥행 선고를 받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의식을 치릅니다. 불타버린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되고 시신에서 발견된 물질은 이 세상 물질이 아닙니다.
이 충격적인 지옥행 시연 장면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되면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도저히 믿기 힘든 광경이 생중계되었으니 놀랄 수밖에요.
10년 전부터 이런 일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왔던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새진리회’ 정진수 회장(유아인). 눈으로 보기 전엔 사이비 종교쯤으로 치부하던 대중들이 지옥행 방송을 직접 보고 나서는 그를 열렬히 추앙하기 시작합니다. 시사 프로에 출연하며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된 정 회장.
대중들은 ‘죄를 지으면 지옥행 선고를 받는다’라고 믿게 되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새진리회’ 역시 세력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세상은 점점 혼탁해지고 지옥행 선고를 받은 사람은 물론, 그의 가족들까지 손가락질당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자신은 지옥에 갈지언정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겠죠. 또 ‘죄지어서 지옥 간다’는걸 들키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자신의 죽음을 숨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을 도와주는 업체도 등장합니다. ‘소도’라는 단체입니다.
‘소도’ 소속 변호사 출신 민혜진(김현주)은 지옥행 시연 중계자의 자녀들을 돕다가 화살촉의 테러를 받아 어머니를 잃은 인물입니다. ‘새진리회’가 저렇게 세력이 커진 데는 자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 혜진은 4년의 세월을 통해 평범한 변호사에서 강인한 여전사로 변모합니다.
그 와중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가 지옥행 선고를 받게 되고, 아기 아빠 영재(박정민)와 엄마 소현(원진아)은 절규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죄를 지었으면 얼마나 지었겠어요.
아기 부모는 도움을 받기 위해 ‘소도’를 찾아가고, ‘소도’의 혜진은 아기의 시연 장면을 중계해 ‘새진리회’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을 깨야 한다며 부모를 설득합니다. 신생아가 지옥행 선고를 받았다는 건 ‘죄인이 지옥 간다’는 개념이 붕괴되는 것이니까요.
이 사실이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새진리회. 끝까지 아기를 지키려는 부모. 결국 아기는 살아남고 엄마, 아빠만 재로 남게 됩니다. 이후 지옥행 선고를 받고 사망했던 박정자가 되살아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즌1은 마무리됩니다.
감상후기
[경고*내용 누출(스포일러)이 있습니다.*]
처음엔 ‘악을 벌한다. 정의는 살아있다’ 이런 권선징악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약간 뻔하긴 하지만 통쾌한 소재니까 나름 볼만 하겠네’. 이런 느낌. 그런데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제가 생각했던 틀이 점점 깨지더라고요.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다는 피해자, 나쁜 짓 하고도 멀쩡히 잘 사는 새진리회 차기 회장과 화살촉 패거리들. 단순한 권선징악 소재가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극 중 천사로 등장하는 반투명 예언자도 그래요. 비주얼 자체도 전혀 천사스럽지가 않고, 갓 태어난 아기한테 지옥 간다는 악담을 퍼붓는 행동하며.. 저는 여기서 살짝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천사가 아니라 사탄의 메신저 아닐까?라는 느낌. 사자 3형제의 시연 방식도 지나치게 잔혹하고 폭력적이구요. (지옥에 가는게 사실이라면 어차피 개고생 헬게이트가 열릴 텐데 시작부터 저렇게까지? 이런 느낌.)
시즌1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던져주고 끝납니다. 선고를 받은 인물들 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천사와 사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정말 신이 고용한 직원 일지 아니면 사탄이나 악마 일지.. 시즌1만 봐서는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궁금해서 원작 웹툰을 한번 정주행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근데 드라마랑 큰 차이는 없을 듯싶어요. 그냥 퍼즐 짜 맞추듯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이라기보단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함축적인 의미 정도만 전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을 믿는 사람과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시각차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여지 정도만 남기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예상입니다. 그 외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인간의 공포, 사회의 어두운 면, 염세주의 같은 것들이 양념으로 들어가겠죠.
아무튼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습니다. 유아인의 연기력은 이제 경지에 올라온 느낌이고 김현주의 액션 연기 역시 신선했어요. 박정민은 뭐 이번에도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형광색 가발에 페이스페인팅하고 나오신 bj분 연기는 조금 오버스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유아인의 다소 빠른 퇴장이 아쉬웠는데, 결말 부분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네요. 시즌2에서 멋진 모습으로 재등장하길 기대하면서 넷플릭스 지옥 시즌1 후기를 마칩니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 – 영화 카운트다운 후기, 죽음의 어플